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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기타

코로나 확진 회고

by 카펀 2022. 8. 8.

2022년 8월 2일 화요일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8월 8일 월요일까지 1주일간 자가 격리를 하였다.

전체적으로 1주일간 증상 발현 - 심화 - 완화 정도의 과정을 겪었고, 그러는 동안 겪고 느낀 점이 많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 기간 동안 겪은 일을 기록하기 위하여 회고를 작성한다.

목차

0. 배경

1. 발현 이전 및 증상 발현 (~ 08.02)

2. 증상 발현 및 심화 (08.02 ~ 08.05)

3. 증상 완화 (08.06 ~ 08.08)

4. 격리해제

5. 아무말

0. 배경

회고에 앞서, 현재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지를 간략히 정리해 보려고 한다.

코로나 확진은 사람마다 제각각 처한 상황이 다르고, 따라서 개인마다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모 회사 (블로그나 다른데 뒤져보면 나오겠지만...)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고, 사무실에서 약 15분 거리의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본가는 서울이며, 보통 한달에 1 ~ 2회 정도 주말에 본가에 다녀온다.

개발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 보통 일을 해도 사무실에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재택 근무를 하기도 한다.

덕분에 약간 의심된다 싶으면 바로 사무실 출근 대신 재택 근무를 진행하는 편이다.

1. 발현 이전 및 증상 발현

금요일 (7월 29일)에 퇴근한 후... 토요일에 오랜만에 친구들과 모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때 어디선가 걸리지 않았나 싶다.

수원에서 서울 서초로 지하철을 통해 이동했고, 친구들과 식사 및 PC방 이용 후에 집에 갔다.

일요일에는 동생 생일이어서 하루 종일 집에 있었고, 월요일 (휴가)에도 오후에 바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슬슬 목이 이상했다.

늘 있는 식도염 때문에 그러나? 싶어서 개의치 않고 자려고 했지만, 목에 불편한 느낌이 계속되어 잠을 설쳤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위해 일어났는데, 목이 굉장히 칼칼했다. 에어컨을 켜고 자서 그런가?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컨디션이 좀 안 좋다 싶어서 우선 회사에 연락해서 재택으로 업무를 진행하기로 했고, 자가 키트로 검사도 해 봤지만 음성이라 안심했다.

 

컨디션을 갈수록 더 안 좋아져갔다.

머리는 무거웠고, 슬슬 몸에 근육통이 있어서 책상에 앉아있는 것조차 버거웠다.

간신히 책상 앞에 앉아만 있다가, 점심 시간 내내 잠만 잤다.

오후 시간에도 정신을 못 차리다가, 코로나든 아니든 일단 병원을 가야 할 것 같다는 여자친구의 말을 듣고 근처 이비인후과로 갔다.

그리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회사 스케쥴은 어쩌지?' 였고, 그 다음에는 '주말에 집에 다녀왔는데 우리 가족들은 괜찮은가?' 였다.

현재 회사 프로젝트는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었고, 그만큼 일정을 빠듯하게 잡아서 진행되고 있다.

그런 중에 코로나 확진이라니, 덜컥 회사 걱정이 먼저 났다.

다음에는 가족들 걱정이었다. 부모님은 보통 집에 계시지만, 종종 어머니가 할머니를 뵈러 가시니, 걱정이 되었다.

동생 역시 혹시라도 확진되면 연구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옮겨갈 수 있으니, 가족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회사에 연락해서 1주일간 쉬게 되었고, 부모님과 동생에게도 연락해 자가 검사 및 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약을 처방 받아서 자취방으로 돌아왔고, 그때부터 1주일간의 자가 격리가 시작됐다.

(이쯤에 인프콘 추첨 탈락 메일을 받았다 ㅠ)

2. 증상 발현 및 심화

확진된 당일 저녁쯤 되니 증상이 진짜 심했다.

처방받은 약은 아침점심저녁 식후에 먹는 알약이었고, 저녁때까지는 약을 먹지 않았는데, 이 때가 코로나 확진 기간 중 가장 몸이 힘들었던 듯 하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처방받은 약이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코로나 확진이다 싶으면 바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도록 하자.

두통, 약간의 오한, 근육통, 목 통증이 내가 겪은 주요 증상이었고, 하루 정도였지만 미각도 살짝 이상했던 것 같다.

다른 건 다 괜찮은데 근육통이 정말 사람 힘들게 한다. 책상에 앉아있기는 커녕 누워만 있어도 몸 아픈게 체감이 크게 되었다.

다행히 저녁 약을 먹고 시간이 조금 지나서, 컨디션이 제법 회복되었다.

 

확진 판정을 받은 다음 날, 보건소에서 문자가 왔다.

보건소에서 온 확진 관련 안내 문자 일부

기본적인 인적 사항과 동거인 유무 등 이런 저런 내용을 적었다.

문자를 통해 받은 안내에는 자가 격리 기간에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야 할 내용들 및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할 주소가 적혀 있으니, 잘 읽어보자.

 

증상의 진행은 주로 목 통증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증상이 심해짐에 따라 목이 점점 아파지는 것이 느껴졌다. 기침하는 빈도도 점차 늘었고,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점점 더 아파졌다.

가장 아팠을 때가 목요일 아침이었는데, 자다가 목이 아파서 잠을 깼다. 과장 조금 보태서 커터칼을 삼키는 듯한 통증이 침을 삼킬 때마다 느껴졌다.

그래도 다행히 그 외에는 크게 느껴지는 불편함은 없었다. 이따금씩 머리가 조금 아프고, 말을 하면 기침이 많아지며, 평소보다 자는 시간이 늘어나긴 했지만, 크게 불편한 점은 아니었다.

 

그래도 목요일쯤부터 개발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물론 확진 기간 내내 하루 1커밋 이상은 늘 유지했지만, 확진 초기에는 정말 커밋을 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만큼 개발을 위해 머리를 쓰기에도 힘들었고, 그만한 체력도 없었다.

수요일에는 미뤄진 Java 스터디가 있었고, 목요일에는 CS 스터디가 있었다. 두 스터디 모두 내 현재 상태를 팀원들이 이해해 주어, 발표 대상자에서 빠질 수 있었다.

 

목요일쯤부터 메이플도 많이 하기 시작했다.

증상이 피크를 찍고 내려가기 시작할 즈음, 여태 자주 못한 메이플이 하고 싶어져서 평소보다 시간을 더 투자했다.

1주일 정도 시간이 생겼을 때 개인 개발 공부나 더 할까? 싶기도 했지만, 이미 스터디를 두 개나 진행하고 있기도 하고, 이렇게 몸이 아플 때는 평소에 못 하던 것들을 하면서 쉬고 싶었다. 그래야 개발 번아웃도 오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3. 증상 완화

다행히 주말이 다가오면서, 금요일쯤부터 해서 증상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목 아픈 것도 점점 줄어들었고, 목 아픈것과 기침, 두통 외에는 다른 증상이 없다시피 했다.

물론 목 아픈 것은 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했고, 그만큼 아직 몸이 덜 나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금요일에는 어머니가 갑자기 음식을 가지고 찾아오셨는데, 당연히 자가격리 중이라 얼굴은 뵙지 못했다.

갑자기 연락도 없이 방문하셔서 당황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다. 죽을 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서 쉬고 있는데 서울에서 수원까지 왔다 가시는 게 참 죄송했다.

그만큼 주신 음식 잘 먹고 얼른 기운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에는 2022 토스 NEXT 개발자 챌린지가 있었다.

코딩 테스트와 서술형 문제로 이루어진 독특한 구성이었다. 오랜만에 하는 코딩 테스트라 재미는 있었지만, 문제 하나를 풀다가 중간에 버그를 해결을 못 해서 시간을 많이 뺏겼다.

죽 쑨 느낌이라 아쉽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지원 대상자가 경력 0 ~ 3년차의 주니어 개발자라서, 꾸준히 공부하고 준비하면 다음에 또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일요일에는 CS 스터디가 있었고, 이때쯤에는 다행히 나도 스터디에 잘 참여할 수 있었다.

아직 기침은 좀 있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발언이 가능했고, 스터디도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했다.

 

월요일이 되었고, 격리 마지막 날이다.

회사에 연락해서 내가 없는 사이에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듣고, 내일 출근해서 내가 진행할 일에 대한 일정을 공유했다.

걱정한 것에 비해서 크게 문제가 생긴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사실 일정이 빠듯하긴 했지만, 어느 정도 안전 기간을 뺴 놓고서 고려했던 것이기 때문에, 쉽게 말하면 예외 처리가 되어 있었다.

돈 받고 일하는 프로로써, 컨디션 관리를 잘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그만큼 다른 사람들이 느꼈을 일정에 대한 차질에 대해 죄송하다. 내가 담당한 부분을 하루 빨리 마무리해서 일정에 발맞추어야겠다.

 

4. 격리해제

확진 후 오늘 (2022년 8월 30일) 기준으로 정확히 4주가 되었다.

아직까지도 잔기침이 조금 있다. 많이 하지는 않고, 말을 많이 하면 중간중간 기침을 한 번씩 하는 정도다.

확진 후 3주차 쯤부터는 (격리해제 후 2주) 잔기침을 제외하곤 완전히 정상 컨디션이었다. 일 (야근...)을 하기에도 문제가 없었고, 두통이나 열, 미각/후각 상실 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코로나가 걸리면 꽤 아프다고 들었었는데, 걸렸을 떈 꽤 아팠지만 후유증 없이 잘 지나간 것 같다. 앞으로도 컨디션을 잘 지켜보고 조심해야겠다.

 

5. 아무말

이하는 코로나 확진 중에 자취방에서 혼자 지내면서 느낀 아무말이다.

음식 먹기

몸 아픈데 직접 요리까지 하는건 정말 힘들다. 사실 음식 하는 것까진 좋은데 설거지 등의 뒤처리가 더 부담이다.

나는 평소에도 음식을 직접 해 먹으면 시간 +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평일에는 주로 식사를 사서 해결한다. 식당에 가서 먹기도 하고, 배민으로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배민을 자주 이용했다. 죽, 오므라이스, 햄버거 등 많은 종류의 음식을 시켜 먹었고, 그만큼 돈은 평소보다 더 쓰게 되었으나 후회는 없다.

혼자 사는 아픈 사람에게 음식 배달은 큰 도움이 된다. 먹고 간단히 치우고 안정을 취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게 습관이 되서 음식을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시켜먹는 사람이 되지는 않도록 주의할 필요는 있다.

쓰레기 처리

코로나 확진 중에는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

나는 집에 500ml 생수를 잔뜩 사 놓고 마신다. 심지어 음식도 배달시켜 먹으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 지금 우리 집에는 재활용 쓰레기가 잔뜩 쌓였다.

밤에 슬쩍 내놓고 올까 싶기도 했지만, 자가격리 기간은 정해진 규칙인 만큼 이를 어기고 싶지는 않았다.

 

혼자 살다 보면, 자가격리 중에는 쓰레기를 버리러 갈 수 없다. 잘 모아놔야 한다.

가급적 쓰레기가 덜 생기는 방향으로 조심하도록 하자.

원룸 자취

위에서 혼자 살면서 자가 격리를 하게 되며 겪는 불편함에 대해 얘기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부모님과 같이 살다가 코로나에 걸리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혼자 살다가 걸리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보통 이건 선택권이 없긴 하지만)

나 외에 주변 사람들이 격리 기간 중에 걸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내가 서울에서 부모님 집에서 지내는 중에 확진됐다면? 화장실 쓰러 들락날락 하고, 음식이나 쓰레기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부모님이 확진되셨을 수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그런 일은 내가 확진되는 것보다 더 괴롭다.

또, 확진되다 보면 초기에는 잠이 많이 온다. 내 호흡에 맞추어 잘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는 것도 자취의 좋은 장점 같다. 어찌됐든 동거인이 있으면 그를 통해 음식을 받거나 해야 하니, 내 호흡대로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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