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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개발자와 블로그

by 카펀 2022. 6. 21.

약 두 달 동안 블로그 글 갱신이 없었다.

4월 중순의 글을 끝으로 글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매일 100분 이상이 블로그를 방문해 주고 계신다. 감사할 따름이다.)

글을 써야지, 써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어제가 되서야 간신히 글 하나를 작성했다.

 

그러던 중, 오늘 Facebook 그룹 생활코딩에서 개발자와 블로그에 대한 글을 보았다 (링크).

아래 글에 대한 링크는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나와 내 블로그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나는 블로그를 왜 운영하고 있을까? 개발자라서 블로그를 유지하는 걸까?

 

일하던 중이라 간단하게 내 생각을 댓글로 남겼다.

나의 블로그 용도

이렇듯 내가 꼽은 블로그의 용도는 크게 네 가지다.

  1. 기록용
  2. 정보공유용
  3. 포트폴리오용
  4. 생각정리용

1. 기록 목적으로써의 블로그

블로그는 누구나 볼 수 있는 퍼블릭한 공간이다. 내가 쓴 글을 (비밀글 설정을 따로 하지 않는 이상)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군가가 쓴 글을 내가 마음껏 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읽을 때를 염두에 두고 작성하게 되므로, 내용의 완성도가 조금 더 올라간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휴대폰 메모장에 글을 쓸 때와, 블로그에 글을 쓸 때를 비교해서 생각해 보자. 물론 각자 글을 작성하는 목적이 다르므로 이런 식으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나만 보는 곳' 에 기록을 남기는 것과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기록을 남기는 것은 그 구성에 차이가 크다.

그리고 이는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된다. 나는 글을 쓰는 시점의 나와 글을 읽는 시점의 나는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쓸 때의 생각을  나중에는 잊어버리기 마련이며, 글을 쓸 때는 미처 생각치 못했던 점을 나중에 생각해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잘 구성된 글은 나중에 다시 봤을 때, 글을 작성하는 시점의 내 생각을 돌아보기 쉽다. 기록 목적으로써 아주 훌륭하다.

 

2. 정보공유 목적으로써의 블로그

이 목적는 내 블로그의 개발 관련 내용과 입사 지원 내용이 해당된다. 한 사람의 경험 혹은 지식을 잘 정리해서 공유한 블로그 글은, 타인에게 다방면으로 도움이 된다.

개발자는 구글 없이는 개발을 못 한다는 반 농담성 얘기가 있다. 반쯤은 농담이지만, 개발자에게 정보 공유란 그만큼 중요하다. 나 역시 알고리즘 문제풀이를 처음 시작할 때, 스프링을 처음 접해볼 때, 테스트 코드를 어떻게 작성해야 할지 막막할 때 일단 구글링부터 하고 본다. 그러면 이미 같은 경험을 한 다른 분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작성한 블로그 목록이 나타난다. 그중에는 오래된 글도 있고, 전문성이 부족한 글도 있지만, 정말 본인의 경험이 잘 담겨 있고, 크게 도움이 되는 글도 있다. (내가 스프링의 MVC 구조, Controller-Service-Dao를 이렇게 처음 배웠다.)

또, 취업 준비를 하는 입장에서, 지난 공채를 지원했던 사람들의 경험 역시 많은 도움이 된다. 코딩 테스트, 면접, 포트폴리오 등 궁금한 점은너무나도 많고, 다행히 이런 내용을 포함한 블로그 글 덕분에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

나는 타인에게 도움을 받은 것 이상으로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나 역시 이런 생각에서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고, 글을 쓸 때 최대한 잘못된 정보나 뻔한 정보는 배제하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애정 가는 글들은 취준생 시절 공채에 지원했던 회고와, 개발을 하며 겪은 난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정리한 글이다. 단순한 알고리즘 문제풀이나 책, 강의를 따라한 글들에 비하면 내 주관과 생각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글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내가 작성한 글은 마찬가지로 구글 검색에 나타난다. 

불과 어제 쓴 졸작이 바로 구글 검색에 나타난다.

누구나 볼 수 있으니 글 내용에 신경을 쓰게 되고, 글 내용에 신경을 쓰게 되니 정보공유 수단으로써의 가치가 상승한다. 그렇기에 블로그는 정보공유 수단으로써 훌륭하다.

실제로 주변 개발자들이 종종 내 블로그를 봤다는 얘기를 듣는다. 그럴 때마다, 블로그에 글을 작성할 때 더더욱 신경 써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3. 포트폴리오 목적으로써의 블로그

이건 어쩌면 블로그의 주된 목적은 아닐 수도 있겠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어느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제출할 때, 개발자라면 '내가 얼마나 개발에 관심이 있고 실력이 있으며, 늘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고 고민한다'를 어필하게 된다.

천 줄의 자소서보다 한 줄의 코드가 더 효과적인 법이지만, 때로는 열 줄의 코드보다 50줄의 글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보통 개발자 이력서에 GitHub 주소는 거의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여기서는 보통 개발 '결과물'을 보이게 된다. 물론 commit 이력을 볼 수도 있지만, 어느 면접관이 각 저장소의 이력을 전부 확인할까... (사실 내가 면접관을 해 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개발하다 보면 공감하겠지만, 한 줄의 코드를 작성하는데 수 시간의 고민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

 

Java에서 메소드의 parameter가 배열일 때 생기는 의문 글을 작성할 때 그랬다. 나는 분명히 배열 value를 넘겨준 것 같은데, 왜 의도한 대로 동작이 안 될까?

결과적으로 C++와는 다른 Java에서의 동작 방식을 이해하기는 했다. 몇 시간의 고민 끝에 겨우 답을 찾았지만, 이런 과정은 코드로는 단 한 줄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럴 때 블로그가 효과적일 수 있다. 블로그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으로 기록하게 되므로, 타인에게 내 경험에 대해 어필하기에 훌륭한 수단이다.

어느 사람을 평가할 때는, 이 사람이 앞으로 ~ 하겠다고 하는 내용은 알맹이가 없다.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이 사람이 어떤 말을 해왔고, 어떤 행동을 과거에 했는지 여부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면접관에게 어필하려면, 블로그는 꽤 훌륭한 방법이다.

 

4. 생각정리 목적으로써의 블로그

바로 지금 글을 쓰는 목적이 생각 정리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늘 다양한 내용의 생각을 하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일부는 흘려 보내기 아까운 생각일 때도 있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일 때도 있고, 개발에 대한 내용일 때도 있다. 그냥 사는 얘기일 때도 있고, 지금처럼 무언가 주제에 대해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글을 쓴다.

글을 쓰다 보면 내 생각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우리 머릿속의 생각은 정돈되지 않은 채로 흩뜨려져 있는 상태인데, 이를 글을 쓰면서 제자리를 잡아 주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정돈된 생각은 다음에 비슷한 주제에 대해 얘기할 때도 도움이 되고, 생각을 정돈하며 쓴 글은 블로그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나타내는 수단이 된다.

 

한동안 주간 회고를 쓰다가 그만뒀다. 매주 내 생각을 정리하기엔 너무 비슷한 내용만 반복하는 것 같았고, 생각이 정리된다기보다는 오히려 없는 생각을 끄집어내게 되는 모습을 보며 주간 회고는 그만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생각이 많고, 종종 이를 정리할 수단이 필요하다. 대부분은 바빠서 글로 완성시키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내 예전 생각정리 글을 돌아보면, 작성할 때는 생각정리, 현재에는 기록 목적으로써 블로그를 활용하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블로그는 훌륭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마무리

글을 쓰는 김에, 약 2달간 왜 블로그 글이 뜸했는지 고해성사 겸 앞으로의 계획을 적어 보려고 한다.

4월 중순부터 한동안 개발에 대한 열정이 약간 뜸했다. 이는 여러 요소가 뒤섞인 결과로 볼 수 있는데,

  • 놀러 다녔다. 거리두기가 끝나며 친구들도 실컷 만나고, 모교의 메이플 동아리 MT도 다녀왔다.
  • 회사 일이 바빠졌다. SI 프로젝트로 이동하며 처음에는 프로젝트 적응, 현재는 예전보다 늘어난 할 일 덕에 일일 피로가 늘었다.
  • 매너리즘? 사실 매너리즘이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맨날 똑같이 인프런 강의 듣고, 알고리즘 문제 한두개 풀고 하다 보니 지루했다.
  • 잔디 연속 심기가 두 번 끊겼다. 크게 개의치 않지만, 아쉽긴 하다.

그래도 놀기만 한 건 아니다. 그 사이 나름 재밌는 활동을 몇 개 했다

  • 신입 개발자 채용은 계속 지원하고 있다. 라인,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오늘의집 등등 서비스 기업에 꾸준히 이력서를 내밀고 있다. 특히 라인은 오픈톡방 방장까지 맡아서, 최종 합격 하신 분들에게 축하를 전해 드리기도 했다.
  • 한빛미디어에서 '컴퓨터 구조와 운영체제' (제목이 맞나 모르겠다) 를 다룬 책이 출간될 예정인데, 이 책의 베타 리더로 참여했다. 몇 가지 피드백 요소와 추천사를 적었고, 책이 출간되면 한 권을 보내 준다고 한다.
  • 인하대 메이플 소모임 구성원 중 개발에 관심이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알고리즘 스터디를 운영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학기 중에는 구성원들 활동률이 저조하다는 점.

그리고 주변 환경도 좀 바꿨다. 이젠 좀 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그만큼 개발도 더 많이 할 수 있다.

  • 자취를 시작했다. 기존에는 통근 시간이 1시간 반 전후로 걸리는 데다가, 기차를 타고 다니다 보니 배차 시간도 신경써야 하는 등 애로사항이 너무 많았다. 현재는 도보 약 15~20분 거리에 자취를 시작했고, 덕분에 아침저녁으로 개발에 투자할 시간이 조금 더 늘었다.
  • 컨트리뷰톤 (링크)에 지원했다. 얼마 전에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분이 추천해 주신 건데, 맨날 혼자 개발하는 것보다는 사람들도 만나고 개발 역량도 키울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글로 작성하기로 하자.
  • 키보드랑 마우스를 샀다 (...). 반쯤은 그냥 지른 거고 반쯤은 필요성이 절실했다. 나는 macOS 환경에서 개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현재 가지고 있는 유선 키보드와 마우스는 노트북에 매번 연결하기 너무너무 번거롭다. 마침 이번에 판뚜님이 좋은 키보드/마우스를 소개하시길래, 샀다 ㅋ
  • 그 외에 자취방에서 쓸 컴퓨터 책상도 사는 등, 자취방을 편안한 개발 환경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보자! 노력하는 과정이 즐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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